8.15 광복절을 맞이하여 나의 29년 타향살이에 대한 자기성찰

 

 

우리나라를 떠나 타향살이를 한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내 나이 16살이었지... 그땐 한국을 떠나 외국에 나가서 유학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행복했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한국과 한국사람들에게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서 그냥 외국인처럼 살아야지 하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왠지 그땐 외국의 새로운 것들이 더 쿨하게 멋있어 보였고, 외국 사람들은 다 나보다 더 우월한 사람들이라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문화를 100% 접수하고, 그들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지 하는 마음까지 먹었었다. 

부모 없이 외국에 나가서 모든 일들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물론 부모님이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주셨지만, 그렇지 않아도 가족들과 가깝지 않았었는데 나의 유학으로 나는 가족 모두의 관계와도 더 소원해졌다. 

2000년대초 유학하는 시절, 한국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국의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너무 높아서, 명문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졸업을 하고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는 소식,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소식, 그 당시 젊은 사람들이 재정능력의 부족으로 결혼을 더이상 선택하지 않는다는 소식,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인종차별을 받았다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부당한 대우와 무시를 당했다는 소식 등을 접했을 때는 나도 멀리서 분노하고 슬퍼했다. 

 

 

지난 29년의 타향살이를 하는 동안, 몇몇국가들만 제외하고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IT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외교, 국제관계 쪽에서 일하다보니 외국인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었다. 그들의 문화와 언어, 사고방식, 가치관 등을 배우는 일은 나에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영어권에서 살고 있지만 그때 배운 포루투갈어, 독일어, 히브리어, 일본어는 아직도 기억난다. 

정말 신기한 건, 많은 문화의 사람들을 내 친구로 접해도 마음 한 구석은 항상 외롭고 쓸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30년의 오랜 타향살이를 하는 동안 나는 그 외롭고 쓸쓸함을 무시한체 그냥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은 언젠간 표면으로 나타나는 법.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드라마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들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을 때는 매우 의아해 했다. 동남아에서는 물론 그 한류의 물결이 다른 나라에까지 멀리 퍼져서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의 문화에 완전 매료되고 한국이라면 뭐든 다 알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열정이 마치 내가 예전에 외국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외국인들과 같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나이가 들면서 나의 삶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 마음 깊숙히 깨달은 한가지가 있다. 30년간 나의 전세계 수많은 국가들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정이 많고, 똑똑하고, 맨땅에 헤딩해서 큰 목표를 이루고, 의로운 일에 발벋고 나서는 외국인들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지난 몇년간 나를 오랫동안 반성케 했다. 왜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외국사람들, 외국의 것, 외국브랜드, 외국인들의 삶의 방식만 추구했을까? 요즘 한국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든다.

 

 

요즘 나는 예전 16살로 돌아가 한국에서의 추억을 매일 떠올린다. 그리고 정 많고, 의를 추구하고, 착한 우리 한국사람들이 너무 그립고 자랑스럽다. 한국인들은 외국에서도 고귀한 빛이 난다. 내 경험상 불의를 보면 가만히 있지 않는 민족은 대한민국 사람들 밖에는 없다. 한국을 떠나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감동에 벅차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계속 사신 분들도 내 마음을 이해 할까?

지금은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고, 이제는 한국과 외국과의 경계선이 없을 정도로 세계와 융화되었지만, 나는 꼭 외국에 사시는 교포분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우리는 고귀한 빛을 가진 선비의 민족임을 잊지 말자. 

어렸을 적 8.15 광복절에 할머니가 태극기를 올리던 것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내 조국 한국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본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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